안성 죽산리삼층석탑 봄 오후 고요 속에 담긴 통일신라 석조의 아름다움

맑은 하늘 아래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던 봄날 오후, 안성 죽산면에 있는 죽산리삼층석탑을 찾았습니다. 죽산읍성 옛터 가까이에 위치한 이 석탑은 도심의 소음과 멀지 않지만, 그 앞에 서는 순간 시간의 속도가 달라지는 듯했습니다. 탑을 둘러싼 돌담 너머로 잔잔한 바람이 불고, 작은 새들이 기와지붕 위를 오가며 소리를 남겼습니다. 오래된 사찰터의 중심에 자리한 탑은 높지 않지만 단정한 균형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빛에 따라 회색 돌의 표면이 다르게 빛났고, 탑의 모서리를 따라 흐르는 그림자가 마치 세월의 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으니 수백 년 전의 장인들이 손끝으로 다듬던 장면이 마음속에 그려졌습니다. 그날의 방문은 조용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1. 찾아가는 길과 주변의 첫인상

 

안성 시내에서 죽산면 방향으로 차량을 몰고 약 20분 정도 이동하면, 도로 옆으로 ‘죽산리삼층석탑’ 안내 표지가 보입니다. 내비게이션을 따르면 죽산중학교를 지나 마을 안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길이 좁지만 포장이 잘 되어 있습니다. 탑 주변에는 작은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접근이 편리했습니다. 마을 초입부터 전통 기와지붕이 보이고, 길가에는 매화나무가 줄지어 있어 봄철에는 향긋한 냄새가 퍼집니다. 입구를 따라 들어서면 잔디밭 중앙에 탑이 단정히 서 있습니다. 주변이 낮은 언덕지형이라 탑이 더욱 돋보이며, 돌담 너머로는 논과 밭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마을 어르신 몇 분이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이 공간과 잘 어우러졌습니다.

 

 

2. 단정한 구조와 공간의 조화

 

죽산리삼층석탑은 통일신라 후기 양식을 간직한 석탑으로, 전체 높이는 약 5미터 남짓입니다. 기단부는 이중으로 구성되어 안정감이 있으며, 탑신부로 갈수록 단정하게 비례가 줄어듭니다. 각 층의 옥개석(지붕돌)은 살짝 들린 모서리가 인상적이고, 받침부의 곡선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가까이 다가서면 돌의 결이 살아 있고, 부분적으로 남은 조각 자국이 보입니다. 햇빛이 옆으로 스며들 때마다 표면의 요철이 미세한 음영을 만들어 탑의 입체감을 강조했습니다. 탑 주위에는 낮은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접근이 제한되어 있었지만, 그 거리감이 오히려 탑의 고요함을 지켜주는 듯했습니다. 경내는 넓지 않지만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어 천천히 한 바퀴 돌며 감상하기 좋았습니다.

 

 

3. 석탑의 역사적 의미와 세부 관찰

 

죽산리삼층석탑은 통일신라 말기의 전형적인 석탑 양식을 보여줍니다. 불국사의 석탑들과 달리 규모는 작지만, 지방 사찰의 단아한 미감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탑신의 각 모서리는 다듬질이 정교하며, 층마다 높이가 일정하여 비례감이 뛰어납니다. 상륜부는 일부 손실되었지만, 하부의 노반석과 기단석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안내문에는 ‘죽산사’라는 절의 중심탑으로 세워졌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절의 흔적만 남고 탑만이 그 시대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돌 표면에는 작은 균열이 있지만, 전체적인 균형이 유지되어 세월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탑의 실루엣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석공의 손길이 얼마나 치밀했는지를 보여줍니다.

 

 

4. 섬세한 관리와 현장의 분위기

 

탑 주변은 잔디와 자갈길이 잘 정리되어 있고, 곳곳에 낮은 조명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안내 표석과 함께 작은 설명판이 두 개 더 세워져 있어 방문객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평일 오후라 사람의 발길이 드물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탑의 그림자가 잔디 위로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한쪽에는 나무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아 쉬기 좋았습니다. 주변에 꽃나무 몇 그루가 심어져 있어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합니다. 탑 옆으로는 향로석과 작은 비석이 나란히 놓여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오가며 향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특별한 시설은 없지만, 돌 하나하나가 제자리에 단정히 놓인 그 자체로 충분히 완결된 공간이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보기 좋은 인근 명소

 

죽산리삼층석탑을 관람한 뒤에는 도보 10분 거리의 죽산읍성지를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성벽 일부가 남아 있어 옛 방어시설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어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죽산천변으로 향하니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었습니다. 근처에는 ‘죽산한우마을’과 ‘죽산순대국집’ 같은 식당이 있어 지역 음식을 맛보기 좋았습니다. 오후 시간에는 죽산면사무소 뒤편의 작은 카페 ‘온기’에서 커피를 마시며 창밖으로 석탑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멀리서도 탑의 형태가 또렷이 보였습니다. 하루 일정으로 역사와 일상, 그리고 여유로운 시간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코스로 추천할 만했습니다.

 

 

6. 방문 전 준비와 관람 팁

 

죽산리삼층석탑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상시 개방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은 무료이며, 주말 오후에는 방문객이 많아 오전 시간대가 한적합니다. 주변에 매점이나 화장실이 없으므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철에는 햇볕이 강하니 모자와 물을 챙기면 편리합니다. 탑 주변의 돌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어 운동화 착용을 권합니다. 석탑은 문화재 보호구역에 속하므로 손을 대거나 근접 촬영을 삼가야 합니다. 조용히 머물며 한 바퀴 도는 동안, 탑의 균형과 비례를 천천히 눈으로 따라가면 그 아름다움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바람이 잔잔한 날에 방문하면 탑의 윤곽이 더욱 또렷하게 보이는 것도 팁입니다.

 

 

마무리

 

안성 죽산리삼층석탑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랜 세월을 견디며 단정함의 미학을 보여주는 유산이었습니다. 돌의 거친 표면 속에서도 질서와 균형이 살아 있었고, 그 정직한 구조가 마음을 안정시켰습니다. 주변 풍경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마치 탑이 원래 그 자리를 위해 태어난 듯했습니다. 잠시 머무는 동안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고, 고요함 속에서 세월의 층이 쌓인 듯한 감각이 전해졌습니다. 다음에는 해질 무렵에 다시 찾아, 석탑이 붉은 빛 속에서 어떤 색으로 변하는지 보고 싶습니다. 안성의 중심에서 만난 이 작은 석탑은, 묵묵히 시간을 품은 돌의 언어로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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